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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밀양, 비밀의 햇볕

by 자엄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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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녀

이신애(전도연)는 남편과 사별 후,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아들 준과 오게 됩니다. 자신을 아는 이 없는 그곳에서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신애는 피아노 학원을 열고 밀양에 정착하고자 합니다. 예민하고 새침한 전형적인 도시여자인 신애는 피아니스트의 꿈도 남자의 사랑도 모두 잃어버렸음에도 슬픔을 숨긴 채 '저 불행하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남은 사랑인 아들마저 유괴로 잃게 된 후 교회에 깊이 의지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교회에서 배운 대로 유괴범을 용서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유괴범을 용서하러 면회를 간 날, 신애는 신앙에 대한 배신감과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믿음을 완전히 잃게 되어버리고 이후 교인들을 상대로 적대적인 기행을 반복하게 됩니다.

 

순진하지만 속물 같은 남자 김종현(송강호)은 밀양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노총각입니다. 차가 고장 나 도로에 고립된 신애와 처음으로 만난 걸 시작으로 그녀한테 홀딱 반해 신애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도움을 주고 교회까지도 따라 나가는 등 신애의 주변을 항상 맴돕니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다방 여직원을 희롱하며, 독립했음에도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구박을 받는 등 전형적인 시골의 투박한 노총각인 종현은 마당발에 워낙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사람은 좋지만 한편으론 눈치도 없기 때문에 여자, 특히 예민하고 감성적인 신애와 같은 인물과는 여러모로 상극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고통받는 신애 옆에 계속 맴돌며 성장을 거듭해 가면서 변화합니다.

이렇게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녀가 밀양에서 만나게 됩니다.

 

밀양의 줄거리

어릴 적 신애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으나 아버지와 불화를 겪으며 꿈이 좌절되었습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남편이 외도를 했고, 교통사고로 사망까지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신애는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가족들 몰래 아들과 함께 이주해 온 것입니다. 밀양에 정착하기 위해 신애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피아노 교습소를 열게 되지만 원주민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고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카센터 사장 종찬은 신애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지만 신애는 그런 종찬이 불편하고 귀찮기만 합니다. 신애는 원주민들의 텃세를 경계하느라 재산이 많은 척 허세를 부리고 자신을 뒤에서 흉보던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어떻게든 밀양에 정착하려 하지만, 그녀의 거짓된 행동은 결국 아들 준의 유괴라는 참극으로 이어지고 결국 유괴범에게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고 돌아오는 길, 신애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고 오한에 떨다가 길가에 나부끼는 기도회 현수막을 보고 막연히 교회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피 울음 토해내듯 오열을 하는 신애의 머리 위에 목사가 가만히 손을 얹자 신애의 울음은 놀랍게도 뚝 그칩니다. 이후 신애는 교회에 깊이 의지하게 되고 그녀는 신도들에게 이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도 말하고 이웃 주민들에게도 자신은 이제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신애는 여전히 아들 생각에 눈물을 쏟고, 낯선 타인을 극도로 경계하는 등 자신의 의지와 행동이 점점 괴리되는 상황에서 그녀가 최후로 선택한 것은 교회에서 배운 대로 유괴범에 대한 용서였습니다.

아들을 죽인 유괴범을 용서하겠다는 결심을 한 신애는 교회 목사와 신도들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고 그들의 격려 속에 유괴범을 직접 만나서 하나님의 뜻을 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교도소에서 유괴범을 대면하게 됩니다. 아들 준이 다니던 웅변학원의 원장이었던 유괴범은 신애의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 모습에 당황한 신애는 하나님의 뜻과 자신의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되려 유괴범이 신애를 위로하며 자신은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 말에 큰 충격과 신앙에 대한 배신을 느낀 신애는 더 심한 정신질환을 얻게 되고 물건을 도둑질하고 다른 교회의 집회를 방해하는 등 이상행동을 이어가며 하늘 위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 신과 대립각을 세우며 말합니다.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그 인간을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병원에 입원치료가 끝난 신애는 종찬의 배웅을 받아 살던 동네로 돌아오고 길어진 머리를 정리하려 들린 미용실에 유괴범의 딸과 마주치게 됩니다. 신애는 결국 머리를 자르다 말고 미용실을 뛰쳐나오고는 하늘을 매섭게 노려봅니다. 결국 종찬에게 말도 없이 집으로 돌아온 신애는 스스로 머리를 자르려고 하는데 어느새 종찬이 집으로 찾아와 그녀가 머리를 자를 수 있게 거울을 들어줍니다. 두 사람이 있는 마당 한 구석에 지저분하고 더러운 땅 위에 햇볕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럼에도 비밀의 햇볕은 우리를 비춘다.

영화 밀양은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선사하며 전도연 배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 외에도 국내 수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등 전도연의 연기가 빛난 작품입니다.

 

영화 밀양은 종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진정한 용서가 가능한 것인지, 개신교에 대한 비판 등 일부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밀양에서 진짜로 전하고 싶었던 말은 고난과 슬픔이 가득한 인생, 그럼에도 비빌의 햇볕(밀양)은 우리를 비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신애와 종찬이 있는 마당 한 구석에 지저분하고 더러운 땅 위에 햇볕이 비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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