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남한의 주 소말리아 대사 한신성(김윤식)은 28년 차 공무원이며 소말리아로 발령된 지는 3년이 되었고 귀임이 한 달 남은 상황입니다. 한신성은 잔뼈가 굵은 외교관답게 친화력이 높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냉방도 제대로 안 되고 가끔씩 정전까지 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데다가 외교를 한답시고 부패한 바레 정권의 관료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큰 트러블 없이 잘 일해왔습니다. 소말리아에서 남한의 UN 가입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지만, 번번이 북한 외교관 측의 방해를 받아 실패하고 있어서 그들을 안 좋게 보고 있습니다. 남한의 주 소말리아 대사관의 참사관 강대진(조인성)은 안기부 요원답게 북한 대사관을 견제하며 반공사상으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습니다. 껄렁껄렁하고 항상 본인이 특수 훈련을 받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게 처음에는 허풍으로 보이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한 인물로, 고비고비마다 순발력과 배짱을 발휘합니다.
북한의 주 소말리아 대사 림용수(허준호)는 온갖 로비와 방해 공작으로 남한 측의 외교활동을 빈번히 틀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북한은 남한보다 수십 년 먼저 아프리카 외교에 뛰어들어 노력으로 우호적 관계를 쌓았지만, 내전 이후 소말리아 반군들에 의해 식량과 차량, 인슐린까지 전부 다 털리게 됩니다. 어린아이들의 목숨까지도 위협받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림용수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위기에 대처합니다. 북한의 주 소말리아 대사관의 참사관 태준기(구교환)는 보위부 요원이지만 흔히 강철 초인으로 묘사되는 북한 정보요원처럼 실력이 뛰어난 인물은 아닙니다. 또한 이성적이고 스마트한 판단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눈앞에 총이 있어도 상대방을 향해 달려들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고 위기 상황에서 다른 이들을 보호한 채 자신을 희생하는 의로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남북한 대사관이라는 특수한 직업인 일 뿐이지 슈퍼히어로 같은 능력이 없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극적인 소말리아 탈출기가 그려집니다.
모가디슈 줄거리
1990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UN 가입을 위한 남한과 북한의 외교전이 한창이었습니다. 남한의 대사 한신성이 소말리아 외무부 장관과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 협상을 벌이다가 난관에 부딪히고 북한의 대사 림용수가 장관 내외에게 로비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에 남한과 북한의 두 대사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순간, 호텔 밖에서 갑자기 폭음과 함께 총성이 들려오며 최루탄이 호텔 안으로 넘어 들어오고 대문 밖으로 보이는 시내는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반정부 시위가 격해지면서 모든 곳이 봉쇄되었고 USC(통일 소말리아 회의 United Somalia Congress)의 수장,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은 성명서를 통해 바레 정부를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협조하거나 돕는 외국 대사관들의 행위는 소말리아 국민의 뜻에 배치되는 것이니 당신들이 누구 편에 설 것인지에 따라 우리는 당신들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으니, 이는 사실상 이어지고 있는 길고도 참혹한 소말리아 내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한신성 대사 일행은 공항으로 달려가지만 공항에도 구조기를 타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이었고, 한국 정부에서 구조기를 보내지 않으면 아무리 외교관이라도 무작정 태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민간인 시위대는 독재 정부에 협력한 외국 정부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주 소말리아 외국 대사관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남한 대사관은 물론 북한 대사관에 화염병이 날아오고, 설상가상 전화와 텔렉스까지 모두 끊기면서 대사관 사람들은 모가디슈 내에 고립되고 맙니다. 강대진은 남한 대사관을 보호할 경비병력을 지원받기 위해 소말리아 정부를 찾아가지만 일전에 마찰이 있었던 경찰간부와 마주하게 되며 곤경에 처합니다. 하지만 강대진의 기지로 결국 달러를 주고 경비병력을 얻어 돌아오게 됩니다.
이튿날인 1990년 12월 30일 마침내 모가디슈에 반군이 입성하면서 소말리아 내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합니다. 한편 북한 대사관의 태준기는 소말리아 수비대장 조카에게서 통행증을 얻어냈다며 곧 자신의 정보원들이 물건을 들고 대사관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배신으로 인해 식량과 차량, 인슐린까지 전부 다 털리게 됩니다. 이후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러 가지만 중국 대사관조차 화염에 휩싸인 상황에서 결국 림용수 일행은 남한 대사관에 달려가 구호를 요청하게 됩니다. 이에 강대진은 그들이 오히려 복덩이들이라며, 북한 대사관에서 일한 사람들을 통째로 전향시킬 기회가 찾아왔으니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네고 한신성은 고민 끝에 림용수 일행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한 대사와 림 대사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서로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협력하기로 하고, 모가디슈 탈출 방안을 모색합니다. 그리하여 한국은 이탈리아 대사관에, 북한은 이집트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이탈리아 대사는 대한민국 정부와 협상이 타결되어 전원 탑승이 가능하다는 희소식을 전하면서, 오늘 오후에라도 구조기가 올지 모르니까 4시까지는 와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하지만 이집트 대사관으로 간 북한 외교관들은 구조기 확보에 실패하고 맙니다.
망설이고 있는 림용수 일행에게 한신성은 현재 반군들 교전이 도시 전체로 퍼지고 있어서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으며 자신들은 갈 건데 어쩔 거냐고 묻습니다. 이에 림용수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혹시 버릴 책들 좀 있냐고 묻고 그의 아이디어로 총격을 약간이나마 버틸 수 있는 장갑차를 급조합니다. 책 등으로 운전석 정면 유리를 제외한 모든 곳을 가렸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서로 정신없이 박아대면서 도망치는데 기관총을 탑재한 정부군 차량이 일행을 추격하고 태준기가 몰던 차량만 따로 빠져나가 정부군을 유인합니다. 나머지 3대의 차량은 무사히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 도착하고 이후 태준기의 차가 가까스로 도착하지만 정부군의 총에 맞은 태준기가 끝내 사망하고 맙니다. 간신히 살았다고 생각한 시점에 나온 유일한 사망자였기에 남북한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슬픔에 잠깁니다. 우여곡절 끝에 구조기가 케냐에 도착하고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한신성 일행과 림용수 일행은 서로 씁쓸한 표정만 지을 뿐 눈길조차 못 나눈 채 갈라져 각자의 길을 갑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극적인 탈출
영화 모가디슈는 실제 소말리아에서 대사로 근무했던 강신성 전 대사가 집필한 장편 소설 <탈출>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강신성 전 대사가 1991년까지 소말리아에서 대사로 근무하다가 남북한 대사 일행을 이끌고 내전 중이었던 모가디슈를 탈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며,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라 할 수 있습니다.
내란이 발생한 국가에 파견 간 대사들이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영화로 외교 전에서 적으로 만난 남북한의 대사들과 그 일행들이 내전으로 고립되어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고 같이 협력하며 탈출하는 과정에서의 조성되는 긴장, 스릴과 휴머니즘에 집중하여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높이고 재미를 선사합니다.
또한 영화 모가디슈는 여느 영화의 위기 상황에서 등장할 법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가 적과 맞서 싸워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이 아닌, 차에 책을 덕지덕지 붙여 장갑차를 급조하는 방법과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내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는 점과 지나친 신파극과 정치적 요소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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