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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올드보이, 복수의 완성

by 자엄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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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술 마시는 것과 떠들기를 좋아하는 오대수(최민식)는  스스로 이름을 풀이하길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라고 말합니다. 수다스럽고 술을 마시면 기행을 벌이는 것만 빼면 특별할 것 없는,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가진 지극히 평범한 20대 후반 샐러리맨입니다. 1988년 어느 날, 그는 술에 거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의문에 남자에게 납치된 후 15년간 감금당하게 되는데, 그 억겁 같은 시간 동안 대수는 복수를 다짐하며 인간 흉기가 될 만큼 체력단련을 하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파 탈출을 시도하는 등 집요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우진(유지태)은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회장으로, 자신만의 거대한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의 재벌입니다. 개인적인 비극에서 시작한 오대수에 대한 복수심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치밀합니다. 항상 능글스러워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존대를 하며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폭들과 거래를 하거나 노주환을 잔혹하게 살해하면서 오대수를 탓하고 자신의 경호원을 권총으로 쏴 죽이는데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는 등 심각한 인성파탄자입니다.

 

올드보이 줄거리

어느 날, 오대수는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납치, 사설 감금방에 갇히게 됩니다. 언뜻 보면 싸구려 호텔방을 연상케 하는 감금방에서 중국집 군만두만을 먹으며 8평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텔레비전 보는 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뉴스를 통해 아내의 살해 소식이 전해지고 아내의 살인범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있음을 알게 된 오대수는 자살을 감행하지만 죽는 것조차 그에겐 용납되지 않습니다. 오대수는 복수를 위해 체력 단련을 비롯, 자신을 가둘만한 사람들, 사건들을 모조리 기억 속에서 꺼내 ‘악행의 자서전’을 기록합니다. 한편, 탈출을 위해 감금방 한쪽 구석을 쇠젓가락으로 파서 마침내 사람 몸 하나 빠져나갈 만큼의 탈출구가 생겼을 때, 어이없게도 15년 전 납치됐던 바로 그 장소로 풀려나게 됩니다.

15년간 혼자 갇혀있던 오대수는 공감능력과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갈고닦은 체력은 굉장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우연히 들른 일식집에서 보조 요리사 미도(강혜정)를 만나게 되고 어쩐지 서로 기시감이 듭니다. 살아있는 낙지를 통째로 먹는 기행을 벌이더니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린 오대수는 보조 요리사 미도(강혜정) 집으로 가게 되고, 미도는 오대수에게 연민에서 시작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한편 감금방에서 먹던 군만두에서 나온 '청룡'이란 전표 하나로 찾아낸 7.5층 감금방의 정체를 찾아내고 마침내 첫 대면을 하는 날 복수심으로 들끓는 대수에게 이우진(유지태)은 너무나 냉정하게 게임을 제안합니다. 이우진이 오대수를 15년 동안이나 감금한 이유를 5일 안에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수는 이 지독한 비밀을 풀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 미도를 잃지 않기 위해 5일간의 긴박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갑니다.

오대수는 추적 끝에 대수와 친구 노주환(지대한)의 모교인 상록고등학교를 찾아갑니다. 상록고의 학생 명부에서 이우진과 이우진의 죽은 누나인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이수아(윤진서)를 확인하게 되고 자신이 친구 주환에게 가볍게 한 말이 소문으로 퍼져 결국 수아를 자살로 몰아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소문은 수아와 우진의 애정행각을 대수가 목격한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수가 둘이 친남매라는 것을 몰랐었기에 근친상간이 아닌 수아가 걸레라는 소문만 퍼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진실을 알게 된 대수는 우진의 펜트하우스를 찾아내어 대면하고 그곳에서 우진은 진짜 복수를 시작합니다. 사실 미도는 대수의 딸이었고 우진은 최면을 통해 대수와 미도의 만남을 계획하여 결국 근친상간을 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대수는 사실을 듣고 무너지면서 제발 미도만은 모르게 해 달라며 우진에게 엎드려 빌며 자신의 혀를 자릅니다. 우진은 이렇게 대수에 대한 복수를 끝내고 자신도 자살합니다.

 

복수의 완성

영화 올드보이에서 누가 수아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가. 일차적인 원인은 타인의 혀이지만, 우진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수아를 둘러싼 소문도 사실 우진과 수아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수아가 자살할 때 손을 놓아버렸던  자신도 복수의 대상이었습니다. 수아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를 살려두었던 우진이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단죄함으로써 복수는 완성됩니다.

 

영화 올드보이는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처음에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갔다가 경쟁 부문에 올라서는 쾌거를 이루고 결국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동명의 일본만화 올드보이를 원작으로 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인 '왜 가두었는가' 그리고 '가둔 이유를 어떻게 알아내는가'는 완전히 내용이 다릅니다. 2만 달러라는 싼 값에 일본만화 판권을 사서 일본에 영화로 수출할 때 100배가 넘는 220만 달러에 팔았고 한국에선 전국 3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등 작품성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입니다.

 

영화 올드보이의 OST는 한국 영화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유명하고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조영욱이 음악 감독을 맡았고 심현정, 이지수, 최승현 세 명의 작곡가가 모든 곡을 작곡을 하였는데, 그중 미도의 테마곡 'The Last Waltz'와 우진의 테마곡 'Cries of Whispers'가 가장 유명합니다. 또한 연출면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7.5층 감옥에서 벌어진 장도리 액션씬이 유명합니다. 칸 영화제에서는 이 장면이 나오자 기립 박수가 쏟아졌고 자그마치 19명이 뒤엉켜 싸우는, 3분이 넘어가는 긴 격투신을 전부 롱테이크로 촬영했기 때문에 독특한 인상을 주며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영화 킹스맨의 교회 액션씬 역시 이 장도리씬에서 영감을 얻어 찍었고 그 외 데어데블 등 많은 영화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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