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
박평호(이정재)는 국가안전기획부 해외파트 1팀 차장이며 오랜 경력의 빠른 촉과 남다른 정보력을 지닌 냉철한 인물입니다. 박평호는 평화와 반전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으나 결코 선인이 아닙니다. 박평호는 비록 대남온건파라지만 안보에 위협이 되는 남파간첩이며, 대통령을 제거하고 남측과의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남북관계를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 아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김정도(정우성)는 국가안전기획부 국내파트 2팀 차장이며 군부 출신으로 넘치는 열정과 과감한 판단력을 가진 인물로 박평화와 경쟁 관계입니다. 사실 김정도는 과거 5.18 민주화운동 진압 과정에서 자신이 목격한 모든 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죽이고 독재를 끝내겠다고 결심한 군부 내 소신파였습니다. 하지만 냉전 체제 아래에서 비참한 인생을 산 피해자이자 동시에 그 시대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수많은 타인을 억압한 가해자 이기도 합니다.
헌트 줄거리
박평호 해외파트 1팀과 김정도 국내파트 2팀은 미국 CIA와 합동으로 대통령 보호 임무를 진행하던 중 테러가 발생하고 CIA와 안기부는 테러범들을 쫓으며 총격전을 벌입니다. 박평호는 도주하는 다른 용의자를 추적하다가 투척한 폭발에 휘말리고 얼결에 총을 떨어뜨려 맨몸으로 용의자에게 덤벼들지만 인질로 잡히게 되고, 박평호가 격투술로 적의 총구에서 벗어나는 순간 김정도는 저격수를 사살합니다. 박평호는 용의자를 사살하면 어쩌냐며 화를 내지만 김정도는 먼저 인질이 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맞받아 칩니다.
일본 도쿄도,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앞두고 망명을 신청해 온 북한의 핵 과학자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박평호는 안기부 도쿄 지부의 양보성 과장(정만식)을 비롯한 도쿄 지부 요원들과 만나 작전을 세웁니다. 대기 중인 호텔방으로 망명 신청자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를 통해 안기부 내 '동림'이라 불리는 첩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박평호는 망명 신청자 표동호는 내 차량에 픽업할 테니 그의 가족은 양 과장의 차로 픽업하라는 지시를 내리나, 양 과장은 지시를 불복하고 지휘권을 행사합니다. 알고 보니 표동호 망명 작전은 안기부장 강 부장이 표동호의 망명을 받기 전 동림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라는 이중 지시를 내린 상태였고, 양 과장은 표동호로부터 동림의 출국일자에 대한 주요 정보를 얻게 되지만, 결국 표동호는 북측 요원들에게 사살당하고 양 과장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집니다. 작전이 실패해 청와대에 불려 가 질책당한 강 부장은 자신의 이중 지시로 인한 실패임에도 김정도와 박평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자 박평호는 강 부장의 얼굴을 후려친 뒤 비리 증거를 내세워 자리에 물러나게 합니다.
새로운 안기부장으로 임명된 안변기(김종수)는 동림을 잡아내기 위해 박평호에게는 국내팀을 김정도에게는 해외팀을 서로 조사하게 합니다. 이에 박평호는 김정도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군납업체 목성사를 조사하고 최규창(유재명) 사장을, 김정도는 박평호가 보호하고 있는 일본 정보책의 딸인 조유정을 각자 잡아놓고 가혹한 고문과 함께 누가 먼저 자백을 받아내느냐에 따라 서로의 목숨이 달린 치킨게임을 시작합니다. 박평호의 부하 방주경(전혜진)은 안기부 자금 리스트를 가지고 와 김정도의 정체를 파헤칠 단서를 찾다가 박평호가 동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지만 박평호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한편 김정도는 CIA 지부장과 만나고 김정도에게 베드로 사냥을 멈추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라고 합니다. 사실 김정도는 동림은 아니었으나 대통령 암살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를 안 미국은 냉전 시점에서 한국의 안정을 위해 현 대통령이 집권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김정도에게 떠날 것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이후 박평호는 곧장 차를 몰고 접선 장소인 교회로 가서 북측 공작원을 만나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계획이 담긴 서류철을 건네면서 대남 총책임자 접선을 공작원에게 요구하지만 거부당하고 오히려 고문에도 북한을 배신하지 않는지에 대한 시험을 당합니다. 시험에는 통과되었지만 대남 총책임자가 통일전선부에서 인민무력부로 바뀌었고 1호(대통령)가 제거되면 전면전을 상정한 화력공격, 일명 불꽃작전을 개시할 것과 1호 제거 후 박평호 자신인 동림을 사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곧이어 김정도와 안기부 요원들이 들이닥치고 공작원들은 사살당한 후 김정도는 박평호의 실체를 알게 되지만 목적이 같은 만큼 일단은 손을 잡기로 합니다. 상황이 정리되고 태국 방콕에서 김정도는 거사를 치르고자 하지만 박평호는 대통령이 죽으면 전쟁이 발발한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그럼에도 김정도는 거의 거사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북한 스파이 기자가 대형 폭탄을 터뜨리면서 결국 대통령을 쏘지 못하고 폭탄 파편이 가슴에 박혀 쓰러집니다. 박평호는 귀국 후 자리를 유지하고 신변 보호를 위해 경남 남해의 보리암으로 내려보냈던 조유정을 만납니다. 조유정 또한 박평호의 감시책 역할을 위해 파견된 인물이었고 박평호는 조유정에게 "너는 다르게 살 수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사살됩니다.
한국형 스파이 스릴러물
영화 헌트는 전형적인 스파이 스릴러물의 형태에 대한민국의 분단국가라는 특징을 반영한 한국형 스파이 스릴러물입니다. 이정재의 첫 번째 연출작으로 연출과 동시에 주인공 역할을 한 이정재와 정우성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 전반에 위치하는 액션씬도 단순히 인물들이 총싸움을 한다는 인상보다도 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감정이 액션을 통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휘몰아치는 후반에 비해 전반부 전개가 여러 사건이 얽혀 다소 복잡하게 나오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픽션물이라 실제 역사와 완전히 똑같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실제 한국 현대사의 이런저런 사건이나 단체를 모티브로 많이 다루기 때문에 한국 현대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별로 없으면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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